월간 안보동향
중국, 미국과 대등한 G2 ‘우뚝’… 세계 질서 새 판 짠다
- 작성일20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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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과 대등한 G2 ‘우뚝’… 세계 질서 새 판 짠다
[전쟁 이후의 세계] ② 중국, 아무것도 안하고 이겼다
중국은 이란 전쟁에서 총 한 발 쏘지 않았지만 ‘진정한 승자’로 평가받는다. 미국이 동맹을 흔들고 유가 급등을 야기해 세계 경제를 위기에 빠트리는 동안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평화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과 신뢰를 높였다.
중국은 이번 전쟁 기간 국제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극대화했다. 미국과 이란, 중재국인 파키스탄, 주변국인 걸프 국가들과 두루 소통하며 이번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미국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종전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할 정도로 외교적 영향력이 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달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중국의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이달 초에는 북한을 7년 만에 국빈방문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도 재확인했다. 유엔 등 국제무대에선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다자주의와 다극화 세계 질서를 옹호했다.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에 실망한 국가들엔 귀가 솔깃할 얘기였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패권주의와 냉전적 사고방식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은 세계화, 상호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등 공정하고 질서 있는 다극 세계를 옹호한다”면서 “중국은 세계적 위기를 해소하고 국제질서를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있어 대체 불가능하고 핵심적인 원동력이 됐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90%를 수입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면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대한 원유 비축량과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극복해냈다. 전력 생산에서 저탄소 친환경에너지의 비중을 40~50%로 확대해 놓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온 태양광, 배터리, 풍력, 전기차 등 재생에너지 관련 제품이 석유·가스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수출이 급증했다. 영국의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분석가 유안 그레이엄은 “중국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완전히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면서 “이번 에너지 위기로 수출이 급증하는 등 가장 확실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등 서방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과도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여 미국 달러화의 지배력을 일부 약화시킨 것도 소득이다. 중국은 미국의 달러 패권에 구애받지 않는 독자적인 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변화에 힘입어 위안화 국제화의 ‘황금기’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신흥시장 최고투자책임자(CIO) 재키 탕은 지난 4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구조와 경제적 측면에서 이번 전쟁의 승자는 중국”이라고 단언했다.

이란 전쟁으로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이 약화된 것도 중국에 유리하다. 미국은 이란 공격에 미사일을 급격히 소진하면서 비축량이 급감하자 동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했던 물량까지 중동으로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의지에 의구심을 갖는 국가도 늘고 있다.
중국은 무기 수출에서도 상당한 이익을 봤다. 미 합동참모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의 공격으로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중동 국가들에 무기를 판매하고 제3국을 통해 이란에도 무기를 판매했다. 지정학적 이유나 가격 부담 때문에 미국산 무기 구매를 꺼리는 국가 가운데 중국산 무기에 주목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샘 리카르도 하원의원은 지난 12일 머큐리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란 전쟁은 시 주석에게 중국이 여전히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강력한 논거를 세계에 제시할 기회를 줬다”면서 “반면 미국은 스스로 일으킨 전쟁으로 고통받는 세계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지난달 보도에 따르면 미 합참 정보국도 같은 인식을 보였다. 정보국은 댄 케인 합참 의장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을 계기로 중국이 군사·경제·외교 전 분야에서 지정학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이컵 스토크스 신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이란 전쟁에 휘말리면서 중국은 미국을 쇠퇴하는 강대국으로 규정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수년 전만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비난받고 신장과 홍콩 등에서 인권 탄압으로 서방의 제재에 봉착하는 등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중국의 반등을 도운 것은 러시아와 미국의 자충수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켜 서방의 제재에 직면했고, 중국에 경제·외교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됐다.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인 데 이어 이란 전쟁까지 감행하면서 동맹국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영국 BBC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외교적 고립 직전에 놓여 있었던 중국의 ‘놀라운 반전’”이라며 “중국은 더 이상 억제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협력해야 할 강대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짚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사미르 푸리 교수는 “새로운 세계 정세는 더 이상 서방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막대한 경제력과 새롭게 얻은 외교적 영향력 덕분에 모든 길은 이제 베이징으로 통한다”고 분석했다.
출처 : 국민일보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81769478&code=11141100&cp=nv